생각하기/어리고 소소한 생각

김성태의 몸부림, 궁하면 통할까?

김성열 2018. 5. 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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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의 몸부림, 궁하면 통할까?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몸부림이 눈물겹다. 큰 마음 먹고 단식투쟁을 시작했는데 얻는 것은 씨나락 한 톨 없다. 되도 않는 문자 메시지와 먹어서는 안되는 피자가 날아든다. 기껏 그 유혹을 견디고 간 4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단식에 찌든 수척한 얼굴을 보였지만 여당은 원하는 바를 들어주지도 않았다고 한다. 엎친 데 덮친다고, 배고파서 서있기도 힘든 지경인데 웬 애국 불한당에게 기습당해 턱주가리가 돌아가는 참변을 겪었는가 하면,  단식 7일째 만에 건강 악화로 두통, 구토감, 무기력 증을 호소 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23일, 17일 동안 곡기를 끊은 것을 생각하면 배알도, 근성도 없는 몸뚱아리가 원망스러운 상황일테다. 게다가 어디 그 양반들만 곡기를 끊었었나? 유민 아빠가 45일, 유민 아빠의 단식을 막으려고 문재인 당시 국회의원(이자 현 대통령)이 10일 동안 곡기를 끊은, 현재 맞짱 떠야할 인물들에 비하면 너무 '각'이 나오질 않아서 속이 상하리라. (차마 100일을 채워버린 '갓'지율 스님 얘기는 김성태 원내대표한테 미안해서 못 꺼내겠다.)



명분을 얻으려면 실리를 버리라고 했던가. 그래서인지 김성태 원내대표는 단식을 중단하지 않겠다, 병원도 가지 않겠다면서 실리를 죄다 버리며 버티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리 얻고자 하는 궁극의 실리인 드루킹 특검은 요원한 마당이다. 여당이고 청와대고 국민이고 신경을 안쓴다. 이대로 가다간 제 1 야당 원내대표의 면도 잃고, 건강도 잃고, 지지자도 잃어버리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 뻔한터라 김성태 원내대표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으리라. 7일이나 굶었는데 뜻한 바 동조해주는 사람이 이리 적으니 세상 참 팍팍하다 느끼고 있으리라.


그래도 김성태 원내대표는 기죽지 않을 것이라 본다. 궁하면 통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則變 變則通 通則久).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오래 간다고 옛사람들이 진즉에 '주역'이라는 책을 통해 얘기했다. 궁한 처지에 이르면 그 상황에 맞춰 변화하고, 변하면 그 상황에 맞게 되고, 그 상황에 맞으면 그렇게 오래 간다는 얘기다. 궁한 상황이라 그에 맞게 자신을 변화시켰으니 지방선거에서 통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통한다면야 제 1 야당으로 오래 오래 가지 않겠는가? 김성태 원내대표의 미래를 향한 통찰에 경의를 표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하나만 알고 둘은커녕 하나 반도 모르면 비웃음을 사기 마련이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지만,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서 통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 저기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배를 곯아가며, 턱이 돌아가며 드러누운 김성태 원내대표가 꼭 그렇다.



궁하면 변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이 성공리에 이뤄지고, 지방선거 판세는 이미 기울었고, 여당과 정부에 대한 지지도는 더 없이 높다. 젠장이다. 제 1 야당 입장에서 궁하디 궁한 이 상황에서 김성태 원내대표는 어떻게 변했는가? 제 1 야당은 어떻게 변했는가? 변한 건 없다. 배만 곯아 있고 턱만 돌아갔을 뿐이다. 변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적어도, 반 정부세력, 반통일 세력이 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보수의 모습을 변화시켜가야 함이 옳다. 하지만, 지금 김성태 원내대표가 보여주는 '변화'는 신체적인 변화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만약 자신이 변했다고, 그것으로 통하리라고 느낀다면 그것은 착각이다. 지금 김성태 원내대표의 '궁함'과 '변함'에 대해서는 일찌기 옛어르신들이 미리 염려하여 논어, 순자, 명심보감에 이렇게 적어 두었다.


鳥窮則啄, 獸窮則攫, 人窮則詐, 馬窮則跌(조궁즉탁, 수궁즉확, 인궁즉사, 마궁즉질)

새는 궁하면 사람을 쪼고, 짐승은 궁하면 사람을 할퀴며, 사람은 궁하면 거짓말을 하고, 말은 궁하면 날뛴다.


잘 해야 사람이다. 기껏 변한 것이 날짐승, 들짐승, 망아지면 변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 자신들은 변치 않고 예전처럼 구국충정의 마음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항변한다면, 그냥 날짐승, 들짐승, 망아지, 구라치는 양아치 밖에 안된다고 고백하는 셈이다. (김성태 원내대표 쪽 사람들이 원래 그런 종자들이라고 하는 흉악무도한 사람들이 있지만, 난 그 의견에 100% 동의하지 않는 바이다.) 


지금 김성태 원내대표가 해야 할 일은 쪼고, 할퀴고, 날뛰고 거짓말 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하나도 변하지 않은 것이다. 궁한 이 상황에서는 예전과 다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칠흑같이 어둡다고 하여도 새로운 변화를 찾아야 한다. 진실로 찾고자 하는 사람은 암중모색(暗中摸索 )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잘못해야 손모가지 밖에 더 날아가겠나. 지금 제대로 찾지 않으면 배곯고 욕먹는 것 말고 남는 것은 없다. 더 궁해질 뿐이다.


밥 먹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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