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연애

사랑의 유효기간과 터널시야효과

김성열 2015. 1. 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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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사랑을 갖가지에 비유한다. 얄미운 나비, 새빨간 Rose, 거짓말, 미친 짓, 같은 방향을 보는 것, 자신을 위한 선물... 아마 사랑의 정의는 사랑을 해본 사람들의 숫자만큼이나 많을 것이다. 여기에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를 하나 더해본다. 이미 누군가 같은 비유를 했을 확률이 높지만.


사랑은 터널이다

사랑이나 터널이나 일단 끝이 있다. 터널은 들어가면 반드시 나와야 한다. 사랑도 들어가면 나오기 마련이다. 사랑의 평균 유효기간은 18개월에서 36개월 정도라고 한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사랑을 시작할 때는 도파민, 페닐에틸아민, 옥시토신 따위의 호르몬 분비가 왕성하고, 시간이 지나면 호르몬의 왕성함은 사라지는데 그 시간이 대략 2년~3년이라는 얘기다.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호르몬 따위는 몰라도 사랑의 지속 시간에 대해서는 수긍하지 않을까 싶다. 보통 2, 3년 정도 연애하고 나면 처음 같은 가슴 뜀(심쿵?)이나 설레임은 찾기 어렵다. 그저 습관처럼 전화하고, 카톡하고 , 만난다. 그러다 지루함에 못이겨 헤어지거나 관습을 따르듯 결혼을 한다. 그게 연애의 쌩얼이다. 그러면 결혼한 부부는 어떻게 30년, 40년을 같이 사느냐고 따질 수도 있다. 부부가 함께 사는 것은 사랑 때문(만)이 아니다. 부부의 관계는 정(情)으로 결합된 애착의 관계다. 


요즘에는 사랑 없이 결혼하는 사람들도 많다. 결혼에 사랑을 필수로 끼워넣는 것은 고지식하고 합리적이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 요즘 세태다. 배우자에 대한 감정의 지속은 결혼 생활 유지의 조건에 반드시 포함되어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물론 까놓고 그렇게 표현하는 사람은 드물다. 대신 '결혼은 현실'이라는 레토릭을 구사한다. 굳이 나서서 '속물'처럼 보일 필요는 없으니까.


터널시야효과

사랑을 터널에 비유한 두번째 이유는 시야가 좁아지는 '시야협착' 증상 때문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을 두고 눈에 콩깍지가 씌였다고들 한다. 이 표현은 사랑에 빠져서 판단력이나 인지력이 급속도로 낮아졌음을 뜻한다. 역시나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사랑에 빠졌을 때 상대는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아름답다. 그래서 머릿 속에는 온통 그 사람 생각 뿐이고 눈에는 그 사람만 보인다. (심지어는 눈을 감아도 보인다!)


터널도 이런 증상을 일으키는데 그것을 가르켜 '터널시야효과(Tunnel vision effect)'라고 한다. 터널시야효과는 어떤 한 곳에 집중할수록 주변의 다른 것들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현상이다. (물론 사물이 실제로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 말은 원래 터널 안에서 터널 출구를 바라볼 때처럼 시야가 제한되는 시야협착증을 가르키지만 심리학적으로는 집중하는 대상 이외의 것들을 인지하는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터널은 끝이 있다. 그러니 터널이 끝나면 좁아졌던 시야가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 사랑도 그렇다. 한껏 좁아졌던 시야는 사랑의 터널에서 나오면 제 정신을 차린다. 스크린 속의 원빈과 수지를 보다가 옆자리에 앉은 애인에게로 고개를 돌렸을 때 오징어가 앉아 있다면 사랑의 터널을 빠져 나왔다고 보면 된다.


당황하지 않고

그댈 향해 불꽃처럼 타오르던 나의 사랑이 꺼졌다고 당황하지 말자. 나를 향한 그대의 뜨거운 사랑이 냉수처럼 식었다고 섭섭해 말자. 사랑은 원래 그런거니까 말이다. 사랑의 감정이 예전 같지 않다는 이유로 너무 쉽게 이별을 생각하지도 말자. 사랑이 식었다는 이유만으로 관계를 정리한다면 혼인률과 이혼률은 동률을 이루고 연애 상대는 2년 마다 갈아치워야 할 것이다. 그것도 취향이라면 취향이지만 너무 말초적이다.


불 같은 사랑이 식었다 해도 애정과 애착이 있다면 그것을 감사히 여기자. 애정과 애착을 아낌 없이 표현하는 것도 더 없이 기쁜 일이고 서로를 바라보는 이유로 모자람이 없다. 어쨌거나 장작불보다 숯불이 더 오래 가는 법이다. 당연히도, 숯불을 얻으려면 장작불을 먼저 피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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