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면 사람들은 집을 나선다. 공부를 하기 위해 학교나 도서관으로, 돈을 벌기 위해 일터로 간다. 갈 곳이 없는 사람들은 집안에 머물거나 거리를 맴돈다. 그렇게 며칠을 살다가 주말이 되면 잠깐 숨을 돌린다. 휴식이 끝나면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하기 위해 다시 집을 나선다. 간혹 가는 곳이나 하는 일이 달라지기도 하지만 패턴은 바뀌지 않는다. 찰라의 기쁨과 즐거움이 있지만 대체로 단조롭고 무미건조한 삶이 계속 된다.


어떤 사람들은 가치 있는 삶을 이루기 위해 이렇게 해보라고, 저렇게 해보라고 권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원하는 것을 하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삶은 가치보다 유지가 관건이고 그것을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닌, 남이 나로 하여금 하길 원하는 일을 해야 한다.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살아갈 수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은 그렇게 한쪽으로 쏠려 있다. 공부마저도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 위해서 하는 판국이니 삶의 균형은 날 때부터 무너져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먹고 살기 위해 남이 원하는 일을 하는 삶이 재미 있을 리가 없다.


작가 유시민은 일, 놀이, 사랑, 연대의 균형을 맞춰서 살아야 한다고 했다. 존 스튜어트 밀은 이해하기, 활동하기, 즐기기가 인간의 이상적 개념에 접근하는 방법이라고 했다. 그런데 현실의 삶은 일(활동하기)에 쏠려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돈 잘 버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고 끊임 없이 우리를 세뇌한다. 좋은 차, 큰 집, 이쁜 배우자(돈 잘 버는 배우자)가 성공한 인생을 표현하는 절대적인 수단이다. 그걸 위해서는 미친듯이 일해야 한다. 미친 듯이 일만 하면 행복해진다는 논리다.


그렇다면 남에게 부림을 당하는 일(직업)을 버리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면 행복해질까? 배고픈 소크라테스도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신념만으로 위험을 무릅쓸 각오가 되어 있지 않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의 문제는 삶의 균형이 깨졌다는 것이다. 한쪽을 완전히 덜어내어 다른 쪽으로 기울게 하는 것은 방향만 바뀌는 것일 뿐이지 균형을 잃은 삶이라는 것은 같다. 다른 방식으로 균형을 깨뜨리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균형을 바로 잡는 것이 알맞은 해결 방법이다.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일 뿐만 아니라 다른 것에도 열정을 쏟는 것이다. 유시민 작가의 말대로라면 사랑도 하고 놀기도 하고 뜻 맞는 다른 사람들(사회)과 어울려야 한다. 밀의 말대로라면 사람과 사물을 이해하려 끊임 없이 탐구해야 하고 기쁨과 즐거움을 향유하도록 애써야 한다. 나이가 들면 기쁨과 즐거움에서 멀어지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피상적이 된다. 젊을 때 즐기던 취미 활동에서 멀어지며 사람들과 어울리고 부대끼던 모습도 누그러든다. 그리고 그 에너지들을 일에 쏟는다. 그러다 보면 일을 삶의 중심으로 삼는 습관이 생긴다.


습관은 제 2의 천성이라는 말처럼 한번 자리잡은 습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젊었을 때는 미친듯이 일하라고들 하지만 그래서 좋은 사람은 다니는 직장의 사장 밖에 없다. 오히려 젊었을 때는 열심히 일하는만큼 열심히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사랑도 하고, 이별도 하고) 마음껏 즐기고 (단편적인 쾌락이 아니라 항상 마음을 설레게 하는 취미 활동 같은 지속적인 즐거움을 누리고) 사람들과의 깊고 진한 관계(비즈니스 관계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일구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균형을 잡아두어야 나이 들어 한쪽으로 쏠린 균형 때문에 허망해 하지 않을 수 있다.


삶이 반드시 재미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래도 이왕이면 재미 있는게 낫다. 재미있는 삶은 자신의 태도와 행동이 쌓여서 만들어 내는 결과다. 젊었을 때 재미있게 사는 습관을 만들지 않으면 나이 들어 정작 여유가 생겼을 때 당황하게 된다. 지금이라도 일에만 쏠려 있는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괜찮은 배우자감을 찾기보다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찾고, 몸에 좋은 등산보다는 주말이 기다려지는 취미를 갖고, 쓸 데가 있는 사람이 아니라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 균형 있는 삶을 위해 미리 해야 할 일이다. 


Posted by 김성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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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안나 2014.12.11 22:3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늘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해요.

  2. 2014.12.24 09:07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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