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말하기/삶과 사람

작심삼일을 피하는 법

김성열 2014. 2. 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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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한 해를 시작할 때면 한두가지쯤 뭔가를 계획하곤 한다. 살을 빼자, 술을 줄이자, 담배를 끊자, 책을 많이 읽자, 어학을 공부하자, 적금을 붓자, 클럽을 끊자 등등 분야도 다양하고 내용도 다양한 계획들이 새해의 첫 태양과 함께 불타오르기 마련이다. 그리고 한달쯤 지나면 그 중에 많은 사람들이 나가떨어지고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는 힐날을 듣기도, 자책을 하기도 한다.


누구나 작심삼일을 두려워한다. 얼마전 어떤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에서 청년 구직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한 사람들의 43%가 가장 버리고 싶은 사자성어로 작심삼일을 택했단다. 얼추 절반에 가까운 숫자인데, 최소 그만큼의 사람들이 작심삼일을 겪어봤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꼭 한 해의 시작이 아니더라도 우리의 의지를 무참하게 유린하고 성공적인 계획의 이행을 방해하는 이 작심삼일은 개인의 의지 문제인지, 피하는 방법은 없는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작심의 이유를 알자

작심삼일은 '마음 먹은' 당사자가 그 마음을 사흘만에 저버린다는 뜻이다. 그러니 개인의 의지박약을 이유로 삼기가 쉽다. 맞다. 의지의 문제다. 한다고 마음 먹은 것을 저버리는 것은 그 당사자에게 책임을 묻는게 맞다. 문제는 그저 개인의 마음먹기에서만 원인을 찾는다는 것이다. 사람 마음 그렇게 쉽게 안변한다. 올해 작심삼일 한 사람은 내년에도 작심삼일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사람은 차라리 작심을 하지 않는 것이 작심삼일을 예방하는 실질적인 방법이다. 작심삼일을 몇번 겪어 보았다면 이제는 새로운 계획을 세울 것이 아니라 왜 마음먹은대로 실행하지 못하는지 살펴보는게 낫다. 


보통 작심삼일의 케이스를 보면 실행에 대한 계획은 미끈하게 잘 만든다. 학원을 등록해 출근 전에 한시간 어학공부를 한다거나, 헬스클럽에 등록해 점심시간에 열심히 운동을 한다거나, 담배를 끊기 위해 술자리에 자주 어울리지 않는다거나, 한달에 몇권씩 책을 독파하겠다거나 하는 그런 계획 말이다. 그런데 왜 그렇게 하는지에 대한 목표의식이 불명확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엇 때문에 꼭두새벽에 일어나 학원을 가고, 점심도 먹기 바쁜데 헬스클럽에서 땀을 흘리고, 친목도모를 포기하고 껌을 씹으며, 졸린 눈을 꿈뻑거리며 책을 읽는지에 대한 이유를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목표가 없으면 의지도 없다

그냥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 그냥 건강해지기 위해서, 그냥 교양을 쌓기 위해서 따위는 목표로서는 불투명하다. 영어를 잘해서 업무부서를 해외사업부로 옮기겠다든가, 잘 빠진 건강한 몸을 만들어서 점찍어 둔 이성에게 어필하겠다든가, 책을 읽고 인간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철학을 가져보겠다든가 하는 구체적인 무엇이 있어야 한다. 이런 구체적인 목표가 없으면 흥이 나질 않고 억지로 하는 일이 되버리기 십상이다.


인천 앞바다에 배를 띄우고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누군가가 왜 그러고 있냐고 묻자 "항해하려구요"라고 대답한다. 바다 위를 그저 나아가는 것이 목표라면 과연 노를 젓는 것이 신나는 일일까? 팔뚝에 힘이 불끈불끈 솟을까? 그럴리 없다. 바다 건너 중국 광동성에 가서 밀입국을 하겠다든가, 현해탄을 건너 대마도를 정벌하겠다든가 하는 그런 구체적인 목표가 있어야 노를 젓는 팔뚝에 힘이 제대로 들어갈 수 있다. 배를 띄우고 노를 젓는 명확한 목표가 없으면 억지로 하는 일이 될 뿐이다.


작심삼일도 괜찮다

하다가 말 바에야 차라리 하지 말라는 얘기들을 한다. 하지만 젊었을 때는 가다가 말 더라도 하는게 낫다는게 내 생각이다. 하다가 말았더라도 이 길은 내 길이 아닌갑다라든가, 나는 이런 방식과는 안맞다든가, 왜 자꾸 작심삼일이 될까라는 의문이라든가 따위의 뭔가를 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하다가 말 바에야 차라리 하지 말라는 말에는 확실하게 할 수 있는 것만 하자는 '안전빵'의 의식도 숨어 있다. 이런 말이야 말로 화사한 청춘을 빛바래게 하고 젊음을 노쇠로 몰아가는 좋지 않은 말이다.


무엇인가를 시도한다는 것은 그 결과와는 상관 없이 의미있는 일이다. 다만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하고, 항상 그 목표를 굳건하게 세워두는 것만 잊지말자. 목표만 명확하다면 작심삼일이 아니라 작심일일도 목표를 위한 실행으로서 의미가 있다. 작심삼일도 120번을 하면 1년을 채울 수 있다. 하나의 목표를 위한 120번의 시도를 욕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서 청년이 배울 것은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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