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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심리학(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강희진 옮김, 북폴리오, 2006)

김성열 2018. 1. 11.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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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심리학(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강희진 옮김, 북폴리오, 2006)


여자의 심리학. 책 제목이 주는 무거움과 조심스러움을 무시할 수 없지만, 다행히 이 책의 주제는 명쾌하다. 그 알 듯 모를 듯한 여자의 마음 중에서도 자기애적 인격장애, 즉 나르시시즘을 앓는 여자들의 심리에만 집중하고 있다. 게다가 심리학자이자 심리상담가인 글쓴이의 경험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에 그만큼 설득력도 있다. 글쓴이는 여성적 나르시시즘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나르시시즘의 본질은 자존감이나 자기애에 있어 장애가 발생하는 것이다. 여성적 나르시시즘을 앓는 여성의 자존감은 극도로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다. 이 여성들은 한편으로는 자신이 잘나고 예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는 보잘것없다고 믿는다. 우월감과 열등감 사이에서 시계추처럼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자신이 너무 잘났고 자기보다 잘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바로 다음 순간에는 자기의심에 빠져서 자신을 폄하하며 열등감과 절망감에 빠진다.


맞고 틀림을 떠나서 (사람 마음을 누가 완벽하게 알겠는가?) 심리를 다룬 책 치고는 그 배경의 논리가 간결하다. 그래서 치유 방법도 무척 시원시원하다.


열등감과 우월감이 불쾌한 감정이나 자존감 상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방어형태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고 나면, 자신을 더 잘 이해하고 자신에게 좀 더 너그러워질 수 있다.


만족스러운 대인관계를 꾸려가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에게 만족해야 한다. 질투심, 집착, 자기희생, 권력다툼, 경쟁의식, 잦은 트러블 등은 자신의 자존감이 약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에 불과하다.


자존감은 '자기존중감'의 준말이고, 자기존중감은 자신을 얼마나 신뢰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며 사랑하느냐를 말한다. (경쟁에서 비교우위를 점하고자 하는 '자존심'과 헷갈리면 안된다.) 낮은 자존감을 보상받으려는 방어기제의 발동으로 인해 여성적 나르시시즘을 앓게 되니 자존감을 높이면 여성적 나르시시즘의 문제는 해결된다는 것이 해결책의 요지다. 너무 명쾌해서 당혹스러울 정도다.


또 한가지 당혹스러운 것은, '내가 여성성이 강한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성적 나르시시즘에 해당하는 증상(?)이 남자인 나에게도 제법 발견된다는 사실이다. 글쓴이는 여성적 나르시시즘을 자기비관적인 형태로, 남성적 나르시시즘을 자아도취적 형태로 구분하긴 했다. 그리고 여성적 나르시시즘에도 자아도취가 내포되어 있고 남성적 나르시시즘에도 자기비관이 내포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테스토스테론이 남성 호르몬이긴 하지만 여성에게도 있으며, 에스트로겐이 여성 호르몬이긴 해도 남성에게도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단지 성별에 따라 양의 차이가 나타날 뿐이라는 얘기다.


남자와 가장 비슷한 동물은 무엇일까? 정답은 여자다. 남자와 여자를 구분짓는다 해도 인간으로서의 공통된 지점은 충분히 많다. 신체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부분까지도 그러하며 나르시시즘도 어느 지점에서 남녀 공통 증상을 충분히 보일 수 있다. 낮은 자존감으로 인해 열등감을 느끼고 그것을 우월감으로 전환하려는 방어기제의 발동에 남녀 구분을 두는 것은 애당초 힘든 일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알게된 것은 나르시시즘에 시달리는 여성의 심리가 아니라 낮은 자존감에 덕에 오락가락하고 전전긍긍해 하는 나의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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